사진학개론/약간 이상한 사진강좌

CULTPD 사진강좌#11.조리개를 열어라!

cultpd 2010. 12. 23. 07:00
조리개


정말 고민 많이 한 주제입니다.

몇주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문제...

조리개가 사진 촬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데
초보자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까도 고민이었지만
온통 저의 고민은

조리개를 열라고 해야하나? 닫으라고 해야하나?입니다.


그래, 결심했어!!!

조리개를 열라고 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이와 정 반대되는 이야기를 나중에 할텐데 (사진 잘 찍으려면 조리개를 닫아라!)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지만...

초보자들이 좋아하는 사진과 대중이 잘 찍었다고 인정하는 사진은 역시
조리개를 활짝 연 사진입니다.

처음부터 조리개를 조여서 심도 깊은 사진을 찍으라고 하면
곧 사진의 재미에 빠지지 못할 겁니다.

우선 심도 얕은 사진을 즐겁게 찍다보면 언젠가는 조리개 장난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조리개를 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럼 재미있는 사진의 세계, 그 핵심 부위로 접근해보겠습니다.

조리개는 영어로 IRIS입니다.
아이리스를 사전에서 검색해보면 홍채 (iris, 虹彩)라고 나옵니다.

카메라 조리개도 아이리스라고 하지만 인체에서는 홍채입니다.




출처 : 두산백과사전.

동공 주위의 도넛 모양의 막으로 수축과 이완을 통해 안구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합니다.


정확하게 카메라의 조리개와 똑같은 역할을 합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갑자기 나오면 하얗게 앞이 안보이죠?
홍채가 완전히 열려있다가 갑자기 닫히지를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카메라에서는 aperture라고 하는 것이 공식 명칭인데요...

카메라 모드 설정에 보면 P, S, A... 이런 것들이 써있는데요...

A가 바로 어퍼쳐의 약자로서 조리개 우선모드를 말하는 것이고

애플의 유명한 사진관리 프로그램인 어퍼쳐 역시 조리개라는 말을 뜻합니다.




1.4
2.8
3.5
5.6
8
.....

이런 숫자가 렌즈에 적혀있죠?
그게 조리개를 열고 닫는 링입니다.


요즘 나오는 디지털 전용 렌즈에는 링이 달려있지 않고 전자식으로
조절하는 렌즈들도 많이 있습니다.

A모드, 즉 조리개 우선 모드를 놓고 레버를 돌려보면 조리개 숫자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옛날 렌즈는 링을 돌리면서 앞쪽을 들여다보면
빛을 받아들이는 아이리스가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것을
실제로 보실 수 있습니다.






조리개 숫자가 작으면 작을 수록 조리개가 열리는 것이고 빛을 많이 받아들이는겁니다.

그러니까 1.4보다 5.6이 조리개를 더 닫은 것이고 빛을 조금 받아들이는겁니다.

빛을 많이 받아들이게 되면 셔터를 열었다 닫는 것이 빨라집니다.
왜냐하면 빛이 많으니까 오래 받아들이면 완전 하얀색만 남겠죠.
그러니까 조리개를 열면 셔터스피드가 빨라지고
셔터스피드가 빨라지면 주위까지 충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흐려지는 효과, 즉 배경이 포커스 아웃되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쉽나?




이게 사실은 원과 선을 연결하여 설명해야하는데 그거 하다가는 날 새니까

세계 최초로 제 방식으로 한번 설명해보겠습니다.

김피디 강좌가 다른 강좌와 다른 점은 요런거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한번 주먹구구식으로 원시적으로 알려드려 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저의 못생긴 얼굴을 또 공개하겠습니다.

연필에 포커스를 맞추고 바라보는데요...

눈을 거의 감고 바라보세요.

주변에 뭐가 있는지 아마 어느 정도는 보일겁니다.


다음은 눈을 크게 뜨고 빛을 많이 받아들여보세요.

연필에 포커스를 맞추면 주변이 아주 뿌옇게 하나도 안보이실거예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하나 더!

연필을 눈에서 점점 멀어지게 해보세요.

그럼 주변 상황도 점점 보일겁니다.

연필을 눈으로 점점 가까이 가져오고 연필에 포커스를 맞추면 점점 주변은 아무 것도 안보이실거예요.

맞나요?

왜 대답이 없어요?
ㅎㅎㅎㅎ





쉽게 얘기해서

가운데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아리따운 누님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카메라에서 멀다보니 앞사람도 보이고 뒷사람도 보이고

유리문에 써있는 글씨도 보입니다.







연필을 눈에 가까이 가져오듯

예쁜 누나와 카메라를 가깝게 만들면

뒤의 쭈꾸미라는 글씨가 뿌옇게 흐려졌죠?










자, 확인 사살한번...






주변의 나무와 집이 잘 보이죠?

같은 조리개라도 피사체와 카메라가 가까워질수록

줌인을 많이 해서 망원이 될수록

주변은 흐려집니다.













착란원 이란 걸로 도표 가지고 설명해야하는데...
그건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 같고요.

요렇게 쉽게 이해하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조리개 숫자가 작아지면 열리는거고 그럼 빛을 많이 받는거고 주변이 뿌옇게 아웃되는겁니다.
조리개 숫자가 커지면    닫히는거고 그럼 빛을 조금 받는거고 주변이 선명하게 보이는겁니다.

그리고 카메라와 피사체가 가까울 수록 주변부가 아웃 포커싱 되는 거구요...
피사체와 배경이 멀수록 배경이 더 흐려집니다.

광각과 망원렌즈에서는 망원 렌즈가 훨씬 배경흐림이 크고요...
줌인으로 땡기면 땡길수록 배경이 흐려집니다.









빛을 많이 받아들이는 중형 카메라는 그래서 배경흐림이 많이 되는거구요.
빛을 조금 받아들이는 똑딱이는 그래서 배경흐림이 적게 되는겁니다.

배경흐림 효과를 똑딱이에서 내려면 접사(MACRO)로 가까이 찍으면 되고요.
그 때 조리개는 최대한 작은 숫자에 놓으면 됩니다.




크롭바디는 주변부, 즉 배경흐림 부분이 풀프레임(1:1)바디 보다 더 많이 잘리고

크롭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찍어도 같은 화각이 나오고

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크롭보다 풀프레임이 심도가 얕습니다(배경흐림이 큽니다).







아래 사진은 라이카 녹티룩스라는 렌즈인데요.

최대 조리개가 1.0 입니다.







피사계 심도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심도 부분에서 또 헷갈리는 이유는 심도가 깊고 얕고의 문제인데요.

심도의 개념을 촛점이 맞는 부분, 거리, 지역이라고 보시면 쉽습니다.
촛점이 맞는 거리가 얕다는 것은 배경이 많이 흐려진다는 것이고
촛점이 맞는 거리가 깊다는 것은 배경까지 어느정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아!!! 힘드시죠?

심도가 깊다는 것은 촛점이 맞는 거리가 긴 것이니까
포커싱한 피사체와 앞뒤의 배경이 가깝다면 포커스가 더 많이 맞는다는 말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괜히 제가 죄송하네요 ㅎㅎㅎ


너무 깊게 들어가면 골치 아프니까 요 정도로만 느낌을 가지시고...

중요한 점!!!!!

진짜 중요한 점.

도대체 왜 배경흐림이 강한 사진을 초보자나 대중들은 좋아하는걸까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똑딱이, 싸구려 카메라, 싸구려 렌즈일 수록 아웃 포커싱이 힘들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찍는 사진들이 전부 팬포커스 (포커스가 다 맞는) 사진이었던 겁니다.

물론 요즘처럼 DSLR이 많이 보급된 시대에는 아웃 포커싱 사진을 주변에서 보게되지만

옛날에는 흐드러지게 아웃 포커싱 된 사진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2. 이것이 진짜 이윱니다.

주변의 지저분함을 정리시키고 피사체에 집중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제품 사진이나 쇼핑몰 사진들을 보면 배경을 흰색으로 처리하거나 단색.

또는 아웃 포커싱 시킵니다.

그 이유는 물론 상품에 집중 시키기 위함이지만

그것이 보기에 깔끔하고 깨끗하고 예뻐 보이기 때문입니다.







집중하는 것,

주위의 지저분한 것을 안보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아웃 포커싱 사진이 예쁜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미쟝센이란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몽따쥬와 미쟝센이 있습니다.



몽따주는 한 그림(A)과 다음 그림(B)이 만나 A+B가 되는 것이 아니라

C라는 새로운 의미를 주는 것입니다.

놀란 여자 그림 다음에 불타는 집을 보여주면 여자는 불타는 집을 보고 놀란겁니다.

근데 같은 놀란 여자 그림 다음에 남녀가 키스하는 그림을 보여주면 키스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랐거나

자신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는 것이거나 뭐 그런 완전 다른 개념이 생성됩니다.

이것이 몽타쥬고 우리말로 편집이라고 합니다.

두개를 붙여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럼 미쟝센은 뭘까요?

하나의 사진 안에 두가지 이상의 피사체를 배열하여 의미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말로 배열, 배치, 뭐 이정도 되겠네요.

방송은 몽따쥬의 예술이고 영화는 미쟝센의 예술입니다.



그 이유는

TV화면은 작기 때문에 클로즈업 등 하나 하나를 붙여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좋고

영화는 스크린이 크기 때문에 한 화면 안에 의미심장한 것을 잘 배치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사진은 미쟝센의 예술입니다.

두장 이상의 사진을 에디팅하여 한 사진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진은 한장입니다.

활동사진처럼 여러장이 모여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한장의 사진 안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니 미쟝센을 활용하여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만드는 것이 좋은데

그러려면 아웃포커싱보다는 팬 포커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오늘 여러분께 조리개를 열고 아웃포커싱 된 사진을 찍으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초보자에게는 훨씬 예쁘고 쉽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작업, 미쟝센을 위해 고민하고 고뇌하다보면 머리 아프고

사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윤계상씨가 어느 날 아침, 아주 안좋은 컨디션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을 못찍겠다는 겁니다.

실제 그 날의 사진입니다.





5D와 24-70 표준 줌을 쓰고 있었는데

사진이 이야기도 없고

예쁘지도 않고...

정말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사진작가가 계상씨에게 50.4 렌즈를 건넸습니다.

한번 이걸로 찍어보라고...


24-70은 최대 조리개가 2.8이고 50미리는 1.4입니다.

50미리가 훨씬 조리개를 많이 열수 있기 때문에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을 수 있죠.




10분 만에 윤계상씨 기분이 좋아지는걸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바로 다음의 사진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여러분께 감히 밝은 렌즈, 최대 조리개, 개방샷으로 사진과 친해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면 나중에 피사계심도가 아주 깊은...

그리고 의미도 깊은 사진을 찍고 싶은 날이 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