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PD사진강좌#27. DSLR사진이 똑딱이 사진보다 좋다고?
사진 잘 찍는 진짜 방법을 공개한다.
왜?
사실 좀 열받았거든 ㅜㅜ
후배가 DSLR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레이싱 모델들 촬영하는 행사장에 갔다왔는데
똑딱이로 촬영을 하니까 비키라고 그랬단다 ㅜㅜ
쟁쟁한 카메라와 대포만한 렌즈들이 비키라고 했다고...
확~~ 열이 받는다.
사진 잘 찍는 방법과 좋은 카메라로 찍는 것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똑딱이 사진이 DSLR 사진보다 낫다고 누가 그러나?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을 한번 보고 싶다.
촬영을 금지하는 곳이나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할 때
나는 가정용 캠코더를 들고 배우와 단 둘이 마주한다.
쪽팔리지 않냐고...!!
나... 솔직히, 쪽팔리지 않다.
그는 여기서 이런 말을 남긴다.
"한국 바다사자와 미국 바다사자가 말이 통할까요?"
우스개 소리 같지만 난 바벨탑을 생각했고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대해 자막과 함께 의미있는 장면을 담았다.
크고 훌륭한 카메라로 찍어야 멋진 이야기가 담기는건 아니다.
색감, 심도, 조리개와 노출... 그러니까 카메라 바디 신뢰도, 정확도!!!
그 모든 것이 "내용이 있고나서"의 이야기다.
한마디로 내용 없는 훌륭한 영상은 쓰레기와 다름 없다는 이야기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장혁과 또 나란히 앉았다.
여기서 장혁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상어는 부레가 없어서 계속 헤엄치지 않으면 가라앉는대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장혁의 아이덴티티와 스탠스를 잘 보여주는 훌륭한 말이었다.
확 떴다 시들해지는 연예계 판에서 장혁이 아직 살아있는 이유가 뭐겠나?
그는 끊임없이 운동한다.
실제로 역기도 들지만 그런 운동 말고 말이다 ㅎ
이 이야기도 저 작은 가정용 캠코더가 아니었으면 담지 못했을 내용이다.
내용은 영어로 컨텐츠이고 알맹이란 뜻이다.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사진 한장!
할아버지와 손녀가 맞는 햇살...
과연 이거 잘 찍은 사진일까?
실은 버스에 타고 지나가면서 계속 셔터를 눌러댔는데
나도 모르게 찍혀있던 사진이다.
뭐.. 햇살을 표현하고 싶었고
할아버지가 손녀를 바라보는 미소가 어둠속에 생략되었지만 느낄 수 있는 사진이라고
개소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냥 단순히 잘못 찍힌 사진이다.
또 한장, 맘에 드는 사진!!!
간판에 비친 햇살이 너무 예뻐서 찍었는데
그 때 지나가는 새가 찍혔다.
또 헛소리로 주차가 없는, 끊임없이 질주하는 새의 자유의지를 표현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것 역시 그냥 새라는 원치 않았던 피사체가 방해한 사진일 뿐이다.
다음 사진은 더 웃기다.
캠코더에 내장돼있는 사진 기능 버튼을 잘못 눌러서
동영상 촬영 중에 저장된 사진이다.
이런 사진이 있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캠코더 정리하는데 사진이 있길래 봤는데 표정이 너무 행복해보인다.
특히 김피디의 저 즐거운 표정^^
너무 맘에 든다.
이거 후진 사진인가?
무엇으로 찍었는지, 어떤 값비싼 조명장비를 세팅하고 찍었는지
노출계로 정확히 측광을 해서 찍었는지가 좋은 사진의 요건은 아니라는거다.
후배 피디의 진지함을 보라!
촬영을 저렇게 진지하게 하지, 무슨 똑딱이로 작품을 찍겠다고.... 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는 무엇을 표현하고 남기기 위해서 진지하게 자신의 앵글에 빠져있다.
저 표정을 보고도 똑딱이 비키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사진은
흘러가는 덧없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하는
인간의 향수이자, 아쉬움이다.
그래서
비싼 장비로 담는 컨텐츠는 훌륭하고,
똑딱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되는거다.
요즘 행사장에 가면 폰카로 사진을 찍는 가족들을 많이 본다.
난 그 아빠 사진사, 엄마 사진사들의 촬영이 수백만원짜리 DSLR로 찍는 사진보다
훌륭할 것이라 생각한다.
훌륭하고 안 훌륭한 것을 누가 판단하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자신의 앵글만큼 타인의 앵글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똑딱이나, 폰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