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를 허가받기 가장 힘든 것이 종합편성 채널이다.
종편이란 것은 오락, 드라마, 교양물과 함께 보도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도채널만큼은 철저하게 검증하고 엄격하게 처리하라고
승인제로 만든 것이다.
보도 기능은 아무한테나 주면 안되는 것.
잘못하면 국민에게 왜곡된 뉴스를 전할 수 있고
잘못된 뉴스는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부작용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보도기능을 승인해줄 때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뉴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가를 봐야하는데
게이트 키핑이 가능한가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지만
그 회사의 철학과 기조가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재벌이나 일간신문사에 보도채널을 진입시키는 것은
그래서 항상 논란이 첨예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왜 그 대단한 CJ에 보도채널이 하나도 없는지 알고 있는가?
CJ라는 기업과 관련된 뉴스를 과연 공명정대하게,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보도가 가능한 많은 종편채널을 승인함으로서
우리는 그러한 걱정에 노출됐고 결국은 5·18 역사왜곡보도 논란까지
접하게 된 것이다.
이 보도 하나때문에 조선일보 계열 조선TV와 동아일보 계열 채널A가
잃은 것이 있다.
이제 뉴스 신뢰도를 잃은 것이다.
PD는 잘못된 프로그램을 만들면 자르면 된다.
하지만 기자는 그 잘못이 잘못된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보도 정책과 기조, 시스템의 문제로 채널 자체가 타격을 입는다.
제대로 된 방송사는 그래서 보도부문 만큼은 게이트 키핑이 철저하고
이슈가 될 만한 기사에 대해서는 최고위급까지 보고가 들어가고 검증이 들어간다.
잘못된 보도를 한다는 것은 단지 기자가 잘못 생각했거나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속았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거다.
왜냐하면 보도는 오락 프로그램처럼 PD나 작가의 잘못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꼭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면 본 방송은 방송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는 멘트나
자막을 넣어야한다.
그리고 인터뷰 내용과 반대되는 주장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상대쪽의 의견도
함께 취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자는 어떤 말이 진실인지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받은 보도 시스템대로 객관적인 사실과 각각의 주장과
증거를 대중에게 제시하여 대중이 스스로 판단하거나 느끼게 만들어야한다.
사실 조작은 이 과정에서 슬쩍 방송사의 기조를 넣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초등학생 일베충처럼 보도를 한 것은 독재시대, 계엄령 때를 제외하고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 세련되지 못한 우익화 방법이다.
좌익방송이라고 하는 PD수첩도 항상 방송할 때 반대의 의견을 취재하고
비슷한 비율로 맞추는 성의를 보였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방송을 한 케이스는 전무할 것이다.
사진= 채널 A 뉴스
과연 보도채널에서 '고침, 바로잡음' 수준의 사과가 아니라
정신과 본질에 대한 사과를 한 적이 있는가?
우리의 역사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는거다.
예를 들어 일제청산을 제대로 안하고 덮어버린 것이
우리의 정신을 더럽히고 그 더럽혀진 정신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역사왜곡이 또 다시 펼쳐지는 것이다.
보도가 썩으면 나라가 썩는다.
실제로 독재정권과 5.18 민주화 운동 때에도
지금처럼 자유 언론과 1인미디어, SNS가 가능했었다면
그런 참사와 왜곡이 가능했겠나?
하지만 언론을 통제해버리니 우리는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가 없었고
친구와 대화하는 것 마저 조심스러워지고,
왜곡된 정보로 세상을 왜곡되게 바라본 것.
그래서 또한 현재 극우 할아버지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이렇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세상은 더럽혀지는 것이다.
이번 방송으로 인해 마음을 다치게 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할 것이 아니라
준비도 없이, 시스템도 못갖추고 보도채널을 시작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반가운 소식은 종편채널 재승인 심사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방통위는 오는 9월부터 승인심사에 들어가 내년 3월에 재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