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내가 만난 표창원 교수는 이랬다

GeoffKim 2012. 12. 17. 15:15
표창원 교수를 만난건 예전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연출할 때
그러니까 당시에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던 때에 만났었다.

그 방송 이후 표창원 교수는 각종 방송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잘생긴 외모와 명확한 말투 때문이다.

당시 다중인격을 취재하고 있었는데 벽돌로 머리를 때려 죽이는 범죄현장을
스스로 비디오에 담은 모습에 관한 코멘트를 요구했다.

방송을 하다보면 대충 방송에서 의도한대로 말을 해주는 교수들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방향을 어떻게 얘기해주면 되냐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그리고 방송 초수를 알려주면 맞춰주겠다는 전문가들도 많이 만난다.
하지만 표창원 교수는 사건의 본질을 자꾸 이야기하려 했다.

물론 나는 피디로서 다중인격으로 몰아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그는 다중인격으로 단정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장했다.
피디로서는 어쩌면 좋은 인터뷰이는 아닐텐데 나는 그의 말에 매료됐다.
경찰, 특히 경찰 간부를 길러내는 경찰대학에서 대충 상황에 맞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는 딱 잘라서 방송에 맞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매우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개인 생각을 글로 올렸다.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건에 대해 "이번 경찰의 브리핑은 
디지털포렌식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댓글 여부를 판단하려면 당사자의 하드디스크가 아닌
해당 포털의 로그기록 분석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어제(16일) 블로그에 사직서를 올린다는 글을 올렸다.

" "2012년 12월19일 실시되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경찰대학 교수로서의 직위'가 이용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


나 역시 김성재 사망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심경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1년 동안 법원에 불려다니고 
얼마전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래서 충분히 그의 입장을 이해한다.


경찰대 교수니까 진실을 이야기하면 안되나?
경찰의 즉각 진압과 수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는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러한 사건의 경우,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문가로서의 글일 것이다.

의사라서 다른 의사의 의료사고를 덮어주어야하나?
검사라서 다른 검사의 부도덕을 눈감아주어야하나?


경찰대 교수로서의 직위가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에
감탄하고

그의 말대로 자유, 표현의 자유, 글을 씀에 있어서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고 싶지 않은 욕구를 표출한 사직서였기에 
더욱 감탄하고 존경스럽다!


관계없는 얘기같지만
갑자기 용산 참사가 생각난다.
먼 훗날 누군가 용기있는 자가
입을 열것이고
그 때쯤 되면 세상이 훨씬 자유롭고 공정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